배우 김영재

험난한 길이 있다 한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앞을 향해 걸어 나갈 것이다. 그 걸음이 어떤 곳을 향하는지 궁금해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95년생 김영재입니다. 연기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영재님 반갑습니다. 소속사에서 나온 지 별로 안됐다고 들었어요. 요즘은 뭐 하고 지내시나요?

혼자서 준비하면서 작품 하고 있습니다. 6월에 연극 준비하면서 조금 바쁘게 지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운동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지금은 살짝 늘어지는 타임인 거 같아요.

 

 

지금은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군요. 그런데 연극 준비라니 어떤 연극이에요?

‘엿장수가 된 왕자’라는 연극인데요. 무대에 서는 공연은 아니고 카메라로 촬영을 해서 인터넷에 올린 연극 공연입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이제’, 양녕대군입니다. 양녕대군의 폐위 사건을 다루고 있어요. 유튜브, 네이버에 올라가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처음 도전한 연극인 만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처음 도전이었던 만큼 많이 떨렸을 거 같아요. 걱정이 많았을 거 같은데 어땠나요?

연극이라는 형식이 색달랐지만 촬영으로 연출되는 연극이라 편했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대에서 촬영을 하기 때문에 연기 자체도 무대 방식으로 했죠. 비슷하지만 달라서 어려웠던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카메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거에 맞춰서 카메라가 움직이지만, 무대는 객석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계속 객석을 향해 있어야 해서 움직임에서 약간 달랐고 연극이 사극이다 보니 사극 말투나 어휘 이런 것들이 저는 어렵더라고요. 어느 정도의 사극 말투를 원하셔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무너지는 일도 많았어요 연습하면서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첫 연극에 첫 사극인데다가 대사 분량에서도 절반 이상이 다 제 분량이어서 힘들었는데 감독님이 대사만 다 외우고 오면 만들어주겠다 하셔서 그냥 대사를 다 외웠어요. 그 부분은 뿌듯하기도 하더라고요. 촬영이 다 끝나고 선배님들이 말씀을 해주셨는데 처음 봤을 때랑 연습 처음이랑 촬영 당일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해주셔서 너무 좋았고 감사했죠. 선배님들이 다 도와주시고 연출님도 옆에서 계속 연습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촬영 당일 두 시간 분량을 하루 만에 다 찍어야 해서 쉽지는 않았지만 보람 있던 작업이었어요.

 

 

처음 도전이었던 만큼 잘 끝내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어떤 양녕대군으로 변신했을까 궁금해지네요. 영재님은 주로 드라마, 웹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셨네요.

드라마에서 작은 단역들을 맡고 주로 웹드라마를 하다가 독립 단편 영화들도 하면서 올해 초에 주연으로 장편영화 ‘Going Home’을 찍고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드라마, 웹드라마, 연극에 영화까지 정말 다양하게 작품 활동을 해오셨는데 웹드라마를 많이 하셨더라고요! 다른 현장들과는 다른 웹드라마 현장만의 특징이 있다면?

조금씩 다른데 웹드라마는 조금 더 자유로웠던 거 같아요. 현장도 자유로웠지만 감독님이랑 서슴없이 말할 수 있고 의견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아요. 다른 작품 같은 경우는 조금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 웹드라마는 자유롭게 같이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 작품 할 때는 그렇게 못하고 어린 나이여서 긴장하고 겁먹은 상태였거든요.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마음가짐이 달라지면서 웹드라마 작업할 때 더 재밌게 했던 거 같아요. 전역하고 다른 촬영장을 많이 가보진 못했지만 지금 다른 작품을 간다면 웹드라마에서 느꼈던 것처럼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럼 참여했던 웹드라마 중 기억이 남는 촬영장이 있나요?

학원물이었는데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작품이에요. 일진이 되고 싶지만 일진은 안돼서 일점오진이라고 하는데 무리에 같이 어울리려고 하지만 어울리지 못하는 그러는 와중에 어떤 계기로 착해져서 주인공들을 챙겨주는 드라마였어요. 촬영이 너무 재미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엄청 많이 만났어요. 감독님이랑도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고 있어요. 되게 편안한 현장,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즐겼던 현장이라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그리고 ‘김요한의 이야기’라는 작품을 제일 최근에 했는데 제가 밝은 역할을 연기해서 기억에 남아요. 주인공 옆에서 강아지 같은 역할로 까불고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모습을 극대화해서 표현한 거라서 재밌었어요. 제가 언제 또 까불어 보겠어요.

 

 

느낌이 다른 두 역할이네요. 두 작품 다 즐거웠을 거 같아요. 앞서서 장편영화 ‘Going Home’을 올해 초에 촬영했다고 하셨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장편영화 ‘Going Home’은 군대 영화예요. 제대하고 찍은 첫 장편영화라 기쁘게 촬영했던 거 같아요. 제가 달라진 상태에서 찍게 된 작품이라 그런지 애틋하고 작품에 애착도 많이 생기더라고요. 스스로 이 작품에 녹아들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는 생각도 들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면서 재미를 느껴서 촬영장이 되게 재미있었어요. 출연진들 다 또래들이었고 강원도 원주에서도 하고 제주도에서도 하면서 숙소 생활했던 그 과정이 너무 행복해서 힘들지 않았어요. 되게 보람찬 시간이었어요.

 

 

 

 

 

보람차고 즐거웠던 촬영이라 기억에 더 남을 것 같아요. 그런데 본인이 달라진 상태에서 찍게 된 작품이라고 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연기가 타고난 분들도 있잖아요. 아니면 잘 훈련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제가 연기를 어릴 때부터 시작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타고났다고 생각을 안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기본적으로 못 하니까. 그렇다고 노력을 해도 잘하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연기가 쉽지도 않았고요. 저는 연기를 시작하고 연기를 하는 게 재밌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전역하고부터 새롭게 시작하면서 작년 말부터 올해 정말 재밌게 느끼면서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재미를 느낀 지 별로 안돼서 연기를 정말 잘해보고 싶어요. 현재는 연기가 재밌어서 지금은 즐기자는 마음이 제일 큰 거 같아요.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셨군요. 지금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네요.

네 고등학교 때 데뷔를 했는데 솔직히 연기 실력이 전혀 없었거든요. 데뷔는 빨리하고 혼도 많이 나고 자신감도 없어지고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나가서 많이 힘들었어요. 물론 평생 연기를 공부하면서 실력을 쌓아야겠지만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나가서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고 괴로웠던 시기가 꽤 길었어요. 군대 가기 전까지도 활동을 하면서 현장이 좀 두려웠죠. 그런데 전역하고 새롭게 연기에 대한 재미를 알아가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앞으로도 힘든 과정이 많을 거고 어려움이 생기겠지만 그걸 해결해가는 과정 또한 어렵겠지만 그것마저 이제는 즐길 수 있을 거 같아요. 옛날에는 그게 그냥 마냥 싫고 힘들었더라면 지금은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행복하니까요.

 

 

 

 

new 영재 님의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새롭게 시작한 만큼 다른 목표가 생긴 게 있다면?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인 거 같아요. 제가 지금 연기를 할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요. 내가 이 상황이면 어떨까 내가 이런 인물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는데 다른 선배님께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전부는 아니다. 요새 자연스럽게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 모두가 그렇게 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다. 극이라는 요소가 자연스러운 것만으로 다 해결되지 않고 극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어야 된다”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생각해봤을 때 캐릭터라는 건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거고 다른 선배님들이나 외국 배우들을 보면 그때마다 너무나 다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잖아요.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여태까지 여러 역할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진짜 존재할 거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본 적은 없는 거 같아요. 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잔잔히 했지. 그래서 캐릭터 특징이 강한 연기를 한번 할 수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목표로 잡고 있어요.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 정말 중요하면서 좋은 목표네요. 캐릭터를 자기 걸로 만든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인데 해내는 분들을 보면 놀라워요.

최근에 ‘히스 레저’ 인터뷰를 봤어요. 조커는 현실에서 없는 사람인데 너무 자연스럽게 잘 해내잖아요. ‘히스 레저’는 모텔 같은 곳에 들어가서 몇 주간 나오지를 않는데요. 아예 그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내서 나오는 거죠. 물론 사람마다 방식은 다르겠지만 그것처럼 저도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 날이 언젠간 나에게도 올 거라고 믿고 노력하고 있어요.

 

 

 

 

맞아요. 조만간 영재 님의 새로운 방식이 생기는 것처럼 새로운 캐릭터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김영재가 보여주고 싶은 연기가 있나요?

일단 크고 작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나름대로 하긴 했지만 아직은 못 보여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만나게 될 작품들이 기대되는데 그중에서 특별히 하고 싶은 거는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아주 깊은 멜로나 구구절절한 멜로. 아니면 진짜 사랑스러운 얘기. 저는 영화 ‘연애의 온도’를 정말 좋아하는데 현실적인 연애 얘기라서 아직은 와닿게 사랑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제가 겪었던 사랑을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공감 가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관계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작가님이 쓰신 글을 보고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제가 공감할 수 있고 진실하게 할 수 있는 기본을 바탕에 둔 현실적인 사랑 연기.

 

 

사랑이 담긴 작품들을 보면서 마치 겪은 것처럼 즐거워하고 아파하는 게 신기해요. 이런 게 연기의 힘인 거 같아요. 영재님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저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모든 게 잘 풀리지는 않잖아요. 사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고 경제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고 그리고 상황적인 어려움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사랑이 행복한 부분만 있기보다는 제약들도 있고 갈등도 있을 것이고. 그걸 같이 해결해가는 과정도 있죠. 그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게 현실적인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막상 말로 얘기하자니 어렵네요.

 

 

제가 어려운 질문을 했나 봐요. 사실 저도 사랑 잘 모르겠어요. 다시 연기에 관한 질문을 할 건데요. 영재님은 연기를 할 때 표현하는 방식이 있나요?

연기를 할 때 굳이 뭘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거기서 존재하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표현을 하겠다는 건 없고 최대한 그 상황에서 진실되게 있으려고 하죠. 불편하면 다 티가 나는 거 같아요. 최대한 그 상황을 믿고 가려고 노력을 하는 거 같아요.

 

 

 

 

상황을 믿는다 정말 작품에 녹아들게 연기를 하려는 편인 거 같아요. 작품을 할 때 어떻게 진행하는 스타일인가요?

감독님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자기 생각이 있잖아요. 제 생각을 얘기하면서 서로 부딪히는 지점이 생기면 감독님 말에 따라가려고 해요. 감독님은 전체를 보는 사람이고 처음부터 만들고 편집까지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 얘기를 전달하면서도 감독님의 말씀을 반영해 작품을 만들어 가려고 해요.

 

 

그렇군요. 영재 님이 스스로 생각할 때 강점과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자연스러움? 처음에 연기를 시작했을 때 자연스러운 게 너무 힘들었어요. 불편했고 항상 제가 아닌 뭔가를 만들려고 했거든요. 지금은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얘기하듯이 하는 연기가 제 강점이라 생각해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자연스러운 와중에도 표현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고 강조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찾아가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세세한 부분들을 살려서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영재 님은 사랑 이야기 말고도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삶에 찌든 되게 현실적인 걸 하고 싶어요. 저는 딱 보고 너무 현실적이면 징그럽다고 생각하는데 영화 ‘델타보이즈’를 보면 이게 다큐인지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로 너무 현실 그대로 보여줘서 어느 순간 징그럽다고 생각이 들던데 그런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페이크 다큐 느낌까지 가서 진짜 현실적이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 말고 사건의 연속인 영화를 보고 “이게 뭐야? 뭘 얘기하고 싶은 거야?” 할 수 있는 그런 잔잔하면서 기승전결이 꼭 없어도 되는 영화.

 

 

요즘 기승전결이 아닌 영화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거 같아요. 영재님에게 있어 영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너무 매력적인 도전 대상이에요. 다 가능할 것 같아요. 영화는 현실에 없는 얘기들이 있고 만들어진 세계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을 수도 있고. 누구나 영화를 통해서 힘을 얻을 수도 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다 가능하다는 점. CG로 우주도 만들 수 있고 그런 부분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계속하고 싶고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어서 저에게 영화란 도전이고 하고 싶은 것.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영화의 매력이죠. 좋아하는 대사로 ‘굿 윌 헌팅’의 “It’s not your fault.”를 적었어요.

정말 명대사인데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장면이에요. ‘숀 맥과이어’가 많은 아픔을 겪은 윌과 상담을 하면서 자기 얘기를 꺼내기 시작해요. 숀 맥과이어는 그런 윌한테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줘요. 윌은 거기서 나 미치게 하지 말고 내버려 둬라 하지만 사실 윌이 가장 듣고 싶었던 얘기인 거예요. 모든 핍박과 학대가 너의 잘못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영혼을 만져주는 말인 거죠. 그래서 그 말이 너무 와닿았어요. 비슷한 상황으로 제가 회사에 있을 때 새로 들어오신 선배님이 있었는데 선배님이 연극을 하실 때 인사도 드릴 겸 처음 뵈러 갔어요. 연극을 보고 나서 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죠. 근데 선배님이 저한테 “너는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를 계속해주시는 거예요. 항상 힘든 말만 듣다가 “잘 될 거야. 내가 알아. 잘 될 거야.”라는 위로를 듣는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너무 즐거운 자리였는데 처음으로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은 거죠. “너의 잘못이 아니야.” 비슷한 맥락으로 확 와닿은 거예요. 제가 듣고 싶은 진짜 위로를 얻는 대사라서 적어봤어요.

 

 

좋은 대사처럼 영재 님한테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을까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준비하면서 벽에 붙여둔 말이 있는데요.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에서 적어 두었나 보다 생각했는데 하루하루가 쌓여서 이루는 게 결국 삶인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먼 미래를 내다보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생을 그렇게 사니까. 저는 그저 하루하루 행복하게 충실하게 살고 싶어요. 오늘이 내게서 가장 중요한 날인 것처럼.

 

 

영재 님에게 좋았던 하루란?

언제는 그런 적이 있어요. 낮에는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친구를 만나서 집에서 저녁을 거하게 차려 먹었어요. 연기 얘기하고 밥도 먹고 근데 보니까 새벽인 거예요. 새벽에 집으로 가는 길에 집 앞에 학교를 한 바퀴 산책했는데 내려오니까 4시 반인 거죠. 친구랑 저랑 “우리는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엇나가냐. 이런 건 낮에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얘기를 나눴죠. 그때 친구랑 같이 보낸 하루가 생각이 나요.

 

 

 

 

시간 흘러가는 줄 몰랐던 하루였네요.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처럼 영재님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 거 같나요?

참 어려운 질문이고 아직 답을 찾고 있는 중이지만… 지금의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최근에 든 생각이 저는 절 너무 모르겠어요. 스무 살 때까지는 정말 확고하게 살았고 학생 때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확신에 차 있었어요. 모든 게 확실해서 답이 정해져 있는 아이였는데 연기 선생님이 해준 말씀이 있어요. “양옆을 막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말 같아.”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만큼 제가 갇혀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알아가는 단계이고 주변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듣고 부모님한테도 많은 걸 배우고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있어요. 확신은 없지만 그게 꼭 나쁘다고 생각 안 해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의 김영재와 현재의 김영재의 모습을 알게 되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본인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때의 나로선 최선을 다했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도 잘 버텼고 고생했어. 거기서 너무 힘들다고 그만뒀으면 이런 기쁨도 못 느꼈을 거야. 수고했다. 그리고 미래엔 진짜 치열하게 연기해서 그때는 좀 멋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사진가 최모레 / 글 오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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