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가은

'단단하게 호흡하는'

 

 

 

 

안녕하세요. 배우님 소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저는 26살 갓 졸업한 최가은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갓 졸업이라니 언제 졸업하신 거예요?

학교 자체를 늦게 갔어요. 휴학도 한 번 하고 8월에 연기 전공으로 코스모스 졸업했습니다.

 

 

아, 학교에 늦게 갔다고 하면 재수를 하신 건가요?

아니요. 정신 못 차리고 있다가 삼수했어요. 연기 시작한 거는 고등학교 삼학년 때부터 했는데 정신 못 차렸죠. 그러다 정신 차린 거는 재수 때부터 친구들 다 좋은 데 간 거 보고 학업에만 집중 했어요.

 

 

늦게 간만큼 뿌듯했을 거 같은데 느낌이 어떠셨나요?

기뻤는데 허탈했어요. 막상 가니까 허무한 느낌. 내가 여태까지 열심히 한 거에 비해 재밌는 곳은 아니구나, 힘든 것도 있으니까요.

 

 

아 그렇죠, 그래도 열심히 해서 졸업했으니 이제 학교에서 배운 걸 쏟아낼 차례네요. 졸업 후에는 어떤 다른 작품 하셨나요?

무대 경험은 학교에서만 무대에 서봤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재판에 관한 단막극이었는데 한 학기 동안 준비하고 처음 연기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 계기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이어트도 성공했고요. 당시 좋아했던 선배도 있었고 이 모든 세 박자가 다 맞아떨어져서 그때는 되게 행복했어요. 제 역할이 크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지금이라면 캐릭터 분석하고 그랬을 텐데 그때는 파이팅만 넘쳐서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워요. 지금은 오디션 보러 다니거나 주어진 게 있으면 하고 이번 연도에는 영화를 많이 하자고 목표를 잡았지만 유독 뮤직비디오를 많이 하게 된 거 같아요.

 

 

학교를 통해 좋은 추억들이 많았네요. 첫 무대 느낌은 어땠나요?

좋았어요. 커튼콜도 아니었고 중간인 역할이었는데 제가 무대 섰을 때 많은 분이 호응해주셨고 팜므파탈 이미지의 역할이라 의상도 살짝 그랬지만 호응 덕분에 무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됐어요.

 

 

 

 

그러면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어렸을 때는 연기하고 싶어서 학원 다녀야지 하다가 자연스레 내 길이 되었는데 어느 날 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인물에 대한 관찰이 끝이 아니라 그 캐릭터로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았고 제 성향이 표현하는 걸 좋아하고 관심받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 성격상 맞는 직업인 거 같아서 하게 된 거 같아요.

 

 

그럼 연기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 있나요?

연기는 제가 학원에서 처음 접했는데 선생님이 분석이나 이론적으로 다 하니까 공부처럼 어렵게 느껴졌어요. 뭐든 책으로 배운 애들 많다고 하잖아요. 딱딱한 느낌? 그런 느낌처럼 연기가 무겁고 어렵게 느껴져서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을 했을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깊게 생각해도 답은 똑같고 결론이 똑같은데 머리 아파하며 깊게 생각할 필요 있을까 생각해요. 연기는 가볍게 다가가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배우님은 자기에 대해 잘 알고 솔직한 성격인 거 같아요. 배우님은 여배우란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여배우를 떠나서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성인 돼서 보니까 느껴지는 거예요. 여자 남자 선입견을 알게 모르게 표현하게 되고 배우를 구하더라도 남자배우 역할을 더 구하는 게 많고 페이는 자세히 모르지만 차이가 난다고 하니까 제 가치관에서 여배우 남배우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안 하고 있어서 그냥 부당한 걸 봤을 때 화가 날 뿐이에요. 그래서 여배우에 대한 생각을 안 해봤어요. 뚜렷한 생각만 하면 문제 될 거는 없는 거 같아요. 저는 요즘 여자 감독님들이나 여자배우님이 중점으로 된 영화들이 나오면 좀 찾아보는 편이긴 해요.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외국영화든 생각하지 못하던 관점에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런 영화들을 찾아봐서 생각을 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아요.  

 

 

영화들도 다양해지고 있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기회가 두루 주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을까요?

두 가지가 있는데 독립영화 '김복동' 이랑 제가 좋아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라는 그리스 감독님 영화 중에 '더페이버릿:여왕의여자'! 엠마스톤을 좋아하는데 살짝 퀴어 영화인 색깔이 있지만 엠마스톤이 야망을 가지고 뭐든 다하는 모습이 나와요. 중세 시대 얘기인데 그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님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제가 '더페이버릿:여왕의 여자', '킬링디어', '더랍스터' 이 세 영화를 따로 다 하나씩 봤었는데 되게 재밌는 거예요. 근데 알고 보니 감독님이 똑같아서 놀랐어요. 셋 다 재밌게 보고 충격받은 영화였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 감독을 좋아하는구나 생각을 했죠 이분 영화를 보면서 "이거 또라이 아니야? 사이코패스인 거 같아. 신선하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이런 게 영감을 준 거 같아요.

 

 

그렇다면 따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요?

사이코패스? 캔디만큼은 아니어도 억울한 캐릭터? 사이코패스는 해소가 될 거 같아요. 하다가 미칠 수도 있겠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한테서 애절한 눈빛이 나오는지 다른 사람들한테도 보이는지 알고 싶어요.

 

 

 

 

앞에서 언급된 영화의 장르가 다양한 것 같은데 좋아하는 영화는?

좋아하는 거 너무 많은데요. 요즘에 본 거는 홍상수 감독님 '풀잎들'. 루즈한 영화였지만 계속 보게 되고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리고 '케빈에 대하여'랑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아기가 연기한 거 보고 운 게 처음인 영화였어요 끝나고도 여운이 많이 남았고 '케빈에 대하여'는 제가 틸다스윈튼 진짜 좋아하거든요. 색감적으로도 되게 영화와 톤이 잘 맞고 틸다스윈튼 얼굴을 잘 표현한 거 같아요. 살짝 사이코패스적인 면 있어서 틸다스윈튼 연기들 중에 제일 좋게 봤어요. 멋있고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목소리나 그런 게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었고 같은 캐릭터가 하나도 없어서 여러 가지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이쁜 거보다는 그런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매력적인, 매력이라는 게 딱 말로 형용할 순 없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거잖아요. 직접 만들어가야 하는 건데 배우를 오래 하려면 매력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세 영화다 너무 좋은 영화들이죠. 틸다스윈튼은 진짜 변신을 많이 하고 멋있는 배우인 거 같아요.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배우님의 매력은 어떤 걸까요?

저는 단순하고 낯가림 없이 있는 그대로 필터 없이 말하는 거요. 어떤 분들이 보면 “어 뭐지?”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모습들? 제가 의식의 흐름이 없어서 이 말 하다가 다른 말 하고.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이게 매력이라고 하면 매력인, 저는 그냥 사람들이 기가 빠진다고 해요. 텐션이 너무 높아서 지인분들이 많이 힘들어 하면서 저한테 입 열지 말고 차분해지라고 많이들 얘기하곤 해요. 저는 표현을 잘하는 편이고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어해요. 나쁜 일 있으면 바로 잊어버리고. 이것 또한 장점이자 매력적인 부분이 될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스트레스는 늙게 하는 원인이래요!

 

 

배우님의 매력을 느껴서인지 저도 힘이 넘쳐나는 거 같아요. 매력 다음으로 배우한테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가치관이요. 자신만의 가치관이 확실히 있는 사람은 다른 것 같아요. 멘탈이 단단해야 오래 할 수 있고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달리 보이고 멋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배우한테 다 너무 중요한데 톤? 톤이 목소리랑은 좀 다른 의미인 거 같아요. 톤이 안정적이고 편해야 목소리도 좋게 나오고, 목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톤이 불안정한 사람을 보면 다른 사람처럼 보여요. 확실하게 자신만의 가진 목소리, 톤이 중요한 거 같아요.

 

 

 

 

모두 필요한 거겠지만 톤도 중요한 것 같네요. 배우님은 어떤 마인드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배우라는 직업이라는 게 공인이기도 하잖아요. 제가 유명해져셔 톱스타보다 차분하게 연기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만의 색깔이 분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욕심은 나겠지만 상황에 따라서 제 것이 아닌 거를 하기보다는 맞는 거를 지혜롭게 판단해서 연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타당하고 좋은 연기라고 볼 수 있게 지루한? 배우가 되고싶어요.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는데 배우님께 있어 솔직함이란?

뒤끝 없는 거. 있는 그대로 얘기해야지 맞는 건데 뒤에서 “아 이거 얘기할 걸”. 이거는 솔직하지 못한 거잖아요. 이런 생각 안 들게 하는 게 솔직함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후회도 진짜 싫어해요. “왜 후회하는 삶을 살아. 한 번 사는 인생” 후회는 안 하고 살 순 없지만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해요. 후회는 과거잖아요. 빨리 성장하지 못하는 지름길인 거 같아요. 후회하더라도 빨리 인정하고 벗어나야 한단 거? 계속 후회하고 있는 상태로 담아두고 있으면 안 나아지고 다음 거를 생각 못 하게 돼서 일이 틀어져 버리는 거 같아 후회를 오래 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입니다!

 

 

 

 

후회를 안 할 순 없겠지만 짧게 후회하고 털어내자! 정말 좋은데요. 내년엔 후회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내년의 목표가 있다면?

저는 내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GV를 하고 싶어요. 관객들이랑 대화를 하고 싶어서. 그리고 회사 들어가기. 원래 이번 연도에 세 가지 목표 중 하나가 ‘회사 들어가기’였는데 올해가 별로 남지 않아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나머지 두 개는 운전면허 따기랑 천만 원 모으기! 천만 원 모으기는 반절만 했어요. 이뤘다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반절 모았습니다.

 

 

내년 GV면 빨리 찍으셔야겠어요! 올해 목표 이루기는 아쉽게 됐지만 내년 목표는 다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나저나 곧 연말인데 계획 있으신가요?

계획은 없어요. 1년 행사 중에 생일 제쳐두고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해요. 크리스마스에는 뭐 안 해도 캐럴만 들어도 좋고. 저는 여름에도 캐럴 듣거든요. 기분을 안정되게 하면서도 신나게 해줘요! 저는 로망이 있는데 매년 ‘나 홀로 집에’를 봐요. 특유의 분위기 호텔이라든지 화려한 장식들 그런 게 너무 좋아서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이 보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신나고 따듯한 연말인데요. 다가올 연말에 벌써 신이 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캐럴송이 있다면 좋아하는 말도 있을까요?

좋아하는 말이라.. 좋아해? 좋으니까, 좋아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잖아요. 얘기하면서 제 모습을 상상해봤는데 누가 나한테 “좋아해”라고 했을 때 저는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질 거 같아요.

    

 

 

 

“좋아해”라는 말은 참 힐링 되는 말인 거 같아요. 배우님은 힐링하고 싶을 때 어떤 걸 하시나요?

저는 삼청동을 자주 가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는데 너무 사랑해요. 특히 한옥! 삼청동 가서는 카페를 가거나 정독도서관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시간을 보내고 와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마다 행복하고 힐링이 되는 거 같아요

 

 

생각만 해도 정말 행복할 거 같은 하루네요. 그렇다면 4년 후 미래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영화 쪽에서 일하고 있을 거 같아요. 유명해져도 좋겠지만 영화 하는 분들이 제 이름은 한 번쯤 알고 있을 정도, 크든 작든 영화에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나중이지만 4년 후가 아니라 더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민낯이 더 이쁜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심은하 배우님 정말 좋아해서 이번에 작품을 싹 다 봤는데 뭐 안 했고 티 하나만 입고 나왔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제가 화장을 못 하는 것도 있어서 늙었을 때 주름이 있더라도 화장을 한 거보다는 안 한 민낯이 좀 더 괜찮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님의 확신이 딱 느껴지는데요? 4년 뒤의 배우님과 먼 훗날 민낯이 괜찮은 배우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하면서 어떠셨어요?

인터뷰라는 게 아예 처음이라서 생각이 많아 말로 하는 게 과연 정리가 잘 될까 했어요. 제 스스로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이 시간 자체는 편하고 솔직해서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배우님께서 편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끝이 왔어요. 많이 아쉬운데요. 마지막으로 배우님의 독립영화에 대한 생각이 듣고 싶습니다.    

저는 독립영화를 너무 좋아해요. 독립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리트는 상업영화에 비해 소재나 스토리가 신기한 게 많고 어렵고 무거운 것들이 되게 현실적으로 잘 표현이 돼서 처음 봤을 때는 루즈할 수도 있는데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점인 거 같아요. 배우로 따지자면 독립영화는 배우를 잘 보여주고 포커스가 다른 것들이 아니라 배우한테 맞춰져 있는 게 보이는 거 같아서 좋아요. 영화는 다 좋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어서 좋고 왜 사람들이 살면서 영화 같다고 하잖아요. 그 느낌이 너무 좋게 느껴져서 저에겐 출구 같은 존재에요. 영화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 같고 어떤 소재든 만들 수 있고 사람이 직접 나와 연기를 하니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거 같아요.

 

 

 

 

배우님한테도 조만간 좋은 작품이 나타날 거라 믿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파이팅 넘치는 하루가 되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해주세요!

배우 인생 Keep Going!

 

 

 

 

 

사진가 유민우 / 글 오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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