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연채

'무대 위, 한 순간을 위한 긴 호흡'

 

 

 

 

데뷔작이라고 적으신 <카르멘> 이전에 단편과 드라마에 출현하신 적이 있는데, <카르멘>을 데뷔작으로 적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군대 전역후에 처음 정식으로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던 작품이고, 관객에게 돈을 받고 올린 공연이 것이 바로 <카르멘>이었어요. 드라마 출현작은 예고에 다니던 시절 체험학습과 같은 개념이었고, 단편은 군대가기 전 친구들과 '영화 한번 만들어보자' 하면서 찍었던 작품이었기에 정식 데뷔로 생각하기에는 연기 수준이나 마음가짐에서 아쉬움이 있어서, <카르멘>으로 배우로 정식 데뷔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악극에서 두드러지게 활동해오셨는데, 연채님이 생각하시는 음악극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음악극'이라는 이름이 붙은 다른 공연은 본 적이 없는데요 아마 제가 연기했던 <카르멘>과는 조금 다를거라고 생각해요.

<카르멘>은 음악극레퍼토리로 부를 수 있어요. 음악극레퍼토리는 모든 작품에 항상 '드라뮤지션'이라는 악사들이 무대 위의 한 공간에서, 라이브로 배우들과 호흡하며 연주를 해요. 대사만 없지 음악으로 함께 연기를 하고있는 셈이지요. 배우들도 직접 악기를 들고 연주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카르멘> 극단배우들은 악기를 보통 하나 이상은 다룰 줄 알아요. 저는 클라리넷을 연주하고요. <카르멘>만이 가진 매력은 배우들과 악사들이 극중에서 직접 라이브로 연주하며 극이 음악을 통해 한층 더 드라마틱한 감동을 준다는게 매력인 것 같아요.

 

 

예고에서 첫 공연 무슨 공연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어떤 극의 어떤 역할)

예고에서 1학년 시절 정기공연으로 뮤지컬 <햄릿> 공연을 올렸어요. <햄릿>이라는 작품은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중 하나인데요. 워낙 유명한 고전 작품이라 연극영화과에서는 학생들이 꼭 거쳐가는 작품이기도해요. 저는 거기에서 주인공 햄릿의 여자인 오필리어의 오빠 레어티즈역할을 맡았었어요. 극에서 동생인 오필리어가 죽게되는데, 그 때문에 햄릿과 결투를 벌이다 레어티즈도 죽게됩니다. 연기를 배우기 시작하고 처음 무대에 섰던 작품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정말 새로웠고 17살인 저에게 연기라는 끈을 잡을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었어요.

 

 

 

 

연채님이 무대 위에서 찾고자 하는 것, 발견하면 희열을 느끼는 것. '그것'은 무엇인가요?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항상 어렵다 무대위에 올라와 연기하는 순간 외에는 무대에 서는 순간까지도 고민하고 찾아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도 어렵다 그 와중에도 발견을 하면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연채님 리포트 내용 중)

오디션을 보고 배역을 맡게되서 연습에 들어가면, 대본만을 보고 백지상태에서 그 인물을 제 안에서 찾아가야되요. 극 안에서 이 인물을 이해하고 '왜 이런말을 할까', '왜 이런행동을 할까' 등 인물의 모든것을 '왜'라는 시점에 두고 계속해서 이유를 배우 스스로 찾아나가하죠.

'왜'를 고민하는 동안에 인물이 극 안에서 이루고자하는 목표도 찾게 되고, 인물의 욕망과 목표들을 담아서 대본 안에 있는 대사로 상대방과 부딫히며 장면을 만들어가기도 해요. 이러한 순간들이 바로 제가 무대 위에서 찾고자 하는 '그것'이에요.

'그것'을 찾기 위해 목표를 찾고 만들어가는 모든 창작의 순간들이 저에게는 참 어렵고 끝없는 고통을 주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찾아낸 것들이 장면과 맞아 떨어지면서 배역이 점점 더 구체화되며 극이 완성되어 갈 수록 앞서 느꼈던 고통들은 희열로 바뀌며 더욱 크게 느껴져요.

 

 

예고 첫 무대에서도 '그것'을 발견하셨나요? 그 때 발견한 것과 지금 무대위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들은 같은가요?

예고 시절에는, 연습 때나 공연 때나 누군가의 앞에서서 연기를 한다는게 많이 수줍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는 했지만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것'을 발견하고 찾으려는 노력은 했겠지만 거의 다 형태를 만드는 연기를 많이 했어요. 긴장을 많이한 탓에 실수를 많이 하기도 했었고요. 그래도 공연이 끝난 후에 관객에게 박수를 받을 때에 그 첫 느낌은 정말 잊을수가 없어요. 그때의 그 느낌 덕분에 지금까지 배우의 길을 선택해 걸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도전해보고 싶은 조선시대의 역사적인 인물이 있다면? (이유와 함께)

이미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뤄졌지만, '사도세자' 역할을 꼭 해보고싶어요. 왕이 세자를 뒤주에넣어 죽게 만들었다는 내용은 어린 저에게 큰 충격이였어요. 충격은 그만큼 강렬한 기억이 되었고, 단순히 역사적인 사건으로가 아니라, 어떤 상황과 감정들이 오갔을지 궁금해지는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그래서 사건과 관련된 역사서적들도 여럿 읽기도 하고, 역사적인 장소에 서서 느껴보기도하며 사도세자가 살아온 환경들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보기도 했어요. 마치 전생에 제가 사도세자였던것처럼 말이죠. 이야기하면서 돌이켜보니 정말이지 꼭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드네요.

 

 

 

 

최근 승마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하셨어요. 장애물 경기에 출전하고 싶으실 정도로요. 연채님이 넘고 싶은 '장애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를 가로막고있는 장애물이 있다면.. 게으름.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항상 수동적이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현재 속해있는 극단 안에서도 능동적이지못하고 시키는대로, 스케줄대로만 살아왔었던 것 같아요. 최근의 일들을 돌아보며 '나라는 사람은 참 내 일에 있어서 게으른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자주해요. 게으름이란 장애물을 넘어서고 싶어요.

 

 

 

 

좋아하시는 작품 대부분이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연채님에게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저에게 죽음이란.. 모든게 끝나버리는 어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종교가 없어서 사후세계도 믿지 않거든요. 죽으면 그냥 끝.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죽음이 참 무서운것같아요. 가끔 생각해보면 죽고난 뒤 눈을 감으면 생각이란 것을 할 새도 없이 내가 사라지는거잖아요.  그렇게 저에게 죽음은 특별함 없이 그냥 무서운 모든게 사라지는 어둠이에요.

 

 

지금 존경하는 사람을 존경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기억나지 않는다면 존경하는 점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속해있는 극단의 연출님이시자 대표님이신데요. 제가 대표님을 처음만난건 군대 전역 후 13년도 9월 오디션 현장이였어요. 그때 처음 뵌 연출님은 정말 무섭고, 외모도 사자같으셨어요. 아우라가 대단했달까요?

극단에 들어간 뒤, 연출님과 함께한 지 5년차가 되어가는데요. 지내오며 제가 바라본 연출님은 진지할 땐 그 누구보다 정말 진지하지만, 생활적인면에서는 순수하고 장난끼 많은, 연극밖에 모르는 10살 꼬마같은 분이세요.

연출님은 자신의 나이와 위치가 높다고 군림하려는 사람과 정반대의 사람이세요. 공연 전 무대를 직접 쓸고 계시는 분이기도 하시고요. 그 장면을 찍어서 sns에 올린적도 있어요. 연출님은 지금까지 평생 연극무대를 만들며 사신 분인데 지금의 위치에서도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시는 분이세요. 연극무대에 관련한 모든 것들을요. 앞으로 미래의 저를 생각해본다면 저희 연출님처럼 무대와 함께하며 나이가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에게 없는 무언가를 남이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좋아하기도, 존경하기도, 미워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나에게 없지만 언젠가는 꼭 가지게 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열정이 없는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자신의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고있으면 나는 그에 비해 무엇을 하고있는가 싶어질 때가 있거든요.  저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고, 열등감도 느끼는 편인데요. 도전하는 그 사람들처럼, 저도 더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과 열정을 꼭 가지고 싶어요.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했을 것 같나요?

연기를 안했다면 아마 지금쯤 직업 군인이였을거에요. 실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군대 입대 전 직업군인을 할까 고민했던적이 있었거든요. 이왕 갈거면 더 고생해서 정말 힘든 특수부대를 들어갈까 하는 고민도 해봤고요. 어릴 적부터 군대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가끔 배우 일이 힘들 때면 '더 늦기전에 지원해볼까'라는 생각을 아주아주 가끔하기도 해요

 

 

가장 많이 본 영화는 무엇이죠? (몇 번이나 봤는지, 이유도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인생작들이 여러편 있지만 가장 많이 본 영화는.. 앞에서 말했듯이 제가 연기해보고 싶은 '사도세자'가 주인공인 영화 이준익 감독님의 <사도>.

일단 사극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도>를 보고 있으면 다른 퓨전 사극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게 모든 면에서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오거든요. 실제 기록에 의한 스토리와 영화 속 분위기, 흘러나오는 음악, 대사부터 의상과 세트 등 모든 것이 저에게는 역사 속 그 순간, 그 상황으로 크게 이입되게 만들어주는 영화에요.

 

 

어떤 무대/연기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보다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건 연기할 때의 진실성이에요. 배우가 연기할 때에 진실성이 없다,면 그건 정말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대 위 또는 카메라 앞에서 외형적인 것에만 치우친다거나, 어떠한 테크닉에만 신경쓰기보다는 내가 연기해내는 인물과 인물이 처한 상황 속의 본질을 찾아내야한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어떤 사람이었어요? 배우가 될 거라고 예상했었나요?

저는 어릴때부터 남들 앞에서 낯을 많이 가리고 수줍음 많은 아이였어서 제가 배우의 길을 갈거라고는 전혀 생각못했어요. 물론 지금도 남들 앞에서 나서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혼자 하는 것들을 더 좋아하는 내성적인 편인데요. 누군가는 이런 성향이 배우라는 길을 가기에 알맞지 않다고 생각할수있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꼭 끼가 많고 남들 앞에서 나를 보여주어야만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내성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에 각각 배우로 해낼 수 있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에게도 적기가 있을까요? (있다면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적기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개개인의 사람마다 적기가 다 다르게 온다고 생각해요. 어린나이부터 빛을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꾸준히 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 쫓아가다 빛을 보는사람도 있으니까요. 물론 조금이라도 더 먼저 빛을 보면 좋겠지만, 나중에 온다면 그때 찾아오는 만큼 더 준비되어있고 내공쌓인 배우로서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적기가 찾아올 때 까지 포기하지않고 내 자신을 믿으며 열심히 살아가는게 중요한것 같아요. 그렇게 마음먹고 있고요.

 

 

 

 

진솔한 배우와 진솔한 사람은 같은 것일까요? 다르다면 무엇이 다를까요?

저는 진솔한 배우와 진솔한 사람, 이 두 가지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이 어떤 인물을 연기할 때 다른 인물이지만 배우인 저를 통해서 나오는 거잖아요. 저의 내면,얼굴표정,말투와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진솔한사람이어야 진솔한 연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솔함을 기본에 두고, 그것을 바탕으로 진솔한 캐릭터를 찾아내는거죠.

 

 

인터뷰하는 지금 떠오르는 감정이 있다면?

지금 내가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는것인가.. 이런 인터뷰가 처음이라 부끄럽기도 하네요.

 

 

 

 

연극과 영화의 차이, 그리고 자신이 더 좋아하는 쪽이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이점은 광장히 많지만, 생각해보면 연기하는건 똑같다고 생각해요. 방법의 차이일 뿐이지 인물을 연기해내는 본질은 같으니까요. 저는 두 가지 다 너무나 좋아서 연극과 영화중에 어느 쪽이 더 좋다라고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겠어요.

연극은 공연이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까지 순간순간을 관객과 호흡하고 숨죽인채 끝까지 진행돼요. 정말 재밌는건 무대 올라선 순간부터 의지할 수 있는건 그 인물로서의 저밖에 없다는 사실이에요. 실수를 하더라도 그 순간을 넘겨야 하는건 제 자신이고, 여러번 했던 공연이라 하더라도 매순간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날마다 느끼는 감정과 연기도 조금씩 달라지고요. 장기공연을 할때면 첫 공연날과 마지막 공연날의 장면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요. 연기를 하다 그 상황에서 더 좋은 감정상태나 상대방과의 다른 호흡이 발견되는 순간도 생기고 뜻하지 못한 애드리브에서 대사가 바뀔때도 있거든요. 연극은 공연이 시작된 순간부터는 중간에 끊을 수 없는 '라이브'한 면이 정말 재미있어요.

영화는 연극과 다르게 카메라 앵글 안에서 인물을 아주 가까이 잡기 때문에, 그 배우의 표정 하나하나와 숨소리 하나까지 잡아낼 수가 있기에 감정상태를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게 가장 재미있어요. 오히려 그런 부분이 연극무대를 많이 서본 저에게는 어렵게 다가오기도 하지만요.

 

 

 

 

 

 

 

사진가 최모레 / 글 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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