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다한

'하나의 인물이 되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

 

 

 

 

가장 많이 돌려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이유도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히스 레저(Heath Andrew Ledger)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그의 영화들을 가장 많이 봤지만,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앰 히스레저>를 가장 많이 본 것 같아요. 영어를 못하는 제가 자막 없이도 이해할 정도니까, 30번은 본 것 같아요. 그런데도 또 보게 되더라고요.

히스 레저는 평소에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일기 형식으로 많이 남겼는데, 그런 식으로 영화 밖에서의 인간 히스레저의 모습과 열정이 담겨 있어서 더 좋아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히스 레저라는 사람을 볼 때마다 제 안에서 뭔가 꿈틀대는 걸 느껴요. 정확히 어떤 것이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말이죠.

힘들 때든, 좋을 때든 언제든지 보려고 유튜브에서 영화를 결제해버렸어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열정이 필요할 땐 열정을, 용기가 필요할 땐 용기를 얻어 가요. '히스 레저'라는 사람이 저에겐 단순히 배우가 아니라, 삶을 이끄는 정신적인 지주와 같아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저도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2005)>,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 두 편 모두 좋아하는데요. 두 편 모두 히스레저가 연기했던 작품이기도 하죠. 저도 주위사람들과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두 작품 속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히스 레저'의 연기에 관해 이야기하곤 해요. 다한님이 보 실 때, 두 작품 중 어느 영화에서의 히스 레저의 연기에 더 전율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고민을 정말 많이 해봤는데 못 고르겠더라고요. <브로크백 마운틴>에선 영화의 드라마를 끌고 가며 관객을 흡입시킬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걸 완벽하게 보여줬고, <다크나이트>에선 블록버스터 영화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대체불가의 캐릭터를 완성해냈죠. '조커' 역할로 아카데미에서 코믹스 영화로는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타기도 했으니까요. 두 작품 모두 너무너무 좋아하는지라 하나만 선택하는 게 정말 어렵네요.

 

 

 

 

'나 답다는 것' 참 어려운 이야기죠. 다한님이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는 많이 다른가요? 남들이 말하는 '김다한다움'은 무엇인가요?

제 주위에서 이야기하는 김다한은 모두 다르지만,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자유롭고, 하고 싶은 건 해야 하고, 호불호가 명확하며 가식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놀랐고, 좋았어요. 하지만 '김다한'이 생각하는 나다움과 남들 눈에 비치는 '김다한'은 여전히 다르다고 느껴요. 사회에서나 친구들에게서나 어쩔 수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하니까요. 그 차이를 좁히는 게 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인 것 같아요.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용기!

 

 

[영화나 연기를 평소에 많이 보기 때문에 보는 눈이 높아져서 내 스스로의 연기가 많이 부족하다 생각되면 스스로를 끝까지 괴롭히는 성격이라 이런 부분도 참 어려운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출현하셨던 <신흥무관학교> 역시 유명한 극이자, 걸출한 배우들이 많이 거쳐갔던 작품인데요. 그만큼 '그 역할'을 해낸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고나면, 다한님이 연기하려고 할 때에도 어쩔 수 없이 연기에 영향을 받게 될 것 같아요. 아무리 떨치고 싶어도, 따라오는 잔상처럼요. 이런 순간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경력과 경험이 다양한 선배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옆에서 보면 아무래도 영향을 많이 받게 되죠. 하지만 저는 연기에 대한 방향성이 확고한 편이라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배울 건 받아들이고,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이랑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요. 연기에는 정해진 방법이나 정도가 없으니까 그 방법이 나한테 맞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요.

오히려 선배 배우들에게는 그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게 되는 것들에서 더 영향을 받는 편인 것 같아요.

 

 

연기했던 역할들 중, 연기하기 가장 어려웠던 역할이 있다면?

<신흥무관학교> 재연 공연 당시, 나이대가 30대 후반의 선비들을 이끄는 학자인 '동규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었어요. 아무래도 시대극이고 나이대가 연기하는 저와 맞지 않다 보니, 나이 들게 분장을 했었는데 한계가 느껴졌어요. 저는 계산적이지 않고 진심이 담긴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데, 누군가의 아버지 역할로 뱉는 대사의 무게나, 대사를 말할 때의 감정 상태를 진심으로 연기하기 어려웠거든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극이 끝나고 나면 항상 조연출님께 어떻게 보셨는지 코멘트를 해달라고 졸졸 쫓아다니기도 했으니까요. 이 역할이 정말 어려웠지만, 저에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역할이기도 해요.

 

 

 

 

어릴 적에 보게 되는 것들은 꽤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어요. 아버님께서 영화를 좋아하셨고 또 많이 보여주셨다고 하셨는데, 어릴 때 본 영화들 중 지금의 나 (배우로가 아닌 인간 김다한)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영향을 끼친 영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

영화에서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연기를 부모님이 반대하자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캐릭터를 보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용기 내서 부모님을 더 설득해보진 않았을까?',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어릴 적 했던 생각들이 지금의 저에게 여전히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해요.

 

 

 

 

엉덩이를 본인의 가장 매력적인 신체부위라고 꼽아주셨어요. 매력적인 곳을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하는 캐릭터를 설정하고 연기하라는 주문이 들어온다면, 다한님은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아.. 에디터님 질문을 듣고 보니 말 실수를 한 것 같네요.(웃음)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의 '앨비스'가 떠오르네요. 바이크를 타고 다니며 떠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영혼과 엉덩이를 더 돋보이게 하는 꽉 붙는 청바지와 재킷.

 

 

기타로 주로 어떤 노래를 연습하나요? 지금은 어렵지만, 꼭 연주해보고 싶은 노래가 있다 면? (그 곡을 고른 이유도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지금은 김창완 선생님의 '너의 의미'를 연습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서, 영화 <스타이즈본(A star is born)>에 나오는 'shallow'라는 곡은 꼭 직접 연주해보고 싶어요. 이 영화를 보고 기타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독백의 사전적 의미는 '누구로부터도 방해받거나 매개되지 않는 다소 긴 발화' 라고 합니다. 다한님의 일상에서 머릿속에서 가장 자주 맴도는 생각이나 마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고민이 아니라 어떠한 답을 찾기 위해 반복적으로 자주하는 생각)

저는 스스로 '내 마음에 솔직한가'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 생각에 답을 찾고 싶기도 하고요.  어떤 일을 결정할 때도 '지금 나 내 마음에 정말로 솔직한 걸까?'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한님 스스로 정의하는 '명배우의 반열'에 오르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음.. 단순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연기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배우들이 있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연기를 잘한다를 넘어선 연기들 있잖아요? “정말이지 미친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히스 레저의 연기가 그렇고,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도 그랬어요. 연기가 아니라 모든 게 진실인 다큐 한 편을 보고 나온 기분이 들었거든요.
연기하고 있는 '배우'가 아닌, '인물'로 보여지는 것. 그렇게 연기하는 날이 명배우의 반열에 오르는 날 이 아닐까 싶어요.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했을 것 같으세요?

연기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하지만, 저는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을 더 잘하고 싶어했을테니까 뭔가 재미있는 걸 했을 것 같아요!

 

 

연극과 영화의 차이(무대와 카메라로 바꿔 표현 할 수도 있겠지요), 자신이 더 좋아하는 쪽이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 어느 부분에 더 매력을 느끼느냐에 따라 무대를 선호하고 영화를 선호하고 그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더 좋아해요! 둘 다 너무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비교하자면, 연극은 공간과 시간에 제약이 있고 한 큐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만 하는 라이브이지만, 영화는 장면을 잘게 쪼개어 조각낸 것을 편집하여 하나로 이어붙이죠. 저는 영화에 반해 연기를 시작하기도 했고, 제가 하고 싶은 연기의 방향성이 영화에 더 맞는 것 같아요. 인물로서 묵직하게 드라마를 끌고 가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순간들을 필름에 기록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매력이 부각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가 연기한 인물을 보고 김다한이라는 사람을 궁금해했으면 좋겠어요.

 

 

 

 

'사랑' 혹은 '연애'에 어떤 타입인지?

솔직한 편인 것 같아요. 티를 안 내고 싶어도 표정이나 행동에서 다 티가 나는 편이라, 거짓말을 못하기도 하고, 안 해요. 그런데 또 애정표현은 서툴러서 상대방한테 강요받아요. ‘빨리 말해!’ 그러면 저는 ‘그걸 꼭 말해야 알아?’ 그렇게 대답하고요. 더 연애를 많이 해보고 사랑을 해봐야 알 것 같은 부분이 많아요. 사랑이란 감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더 알아가고 싶어요.

 

 

진솔한 배우와 진솔한 사람은 같은 것일까요? 다르다면 무엇이 다를까요?

연기를 시작하면서 이런 얘기를 자주 들었어요.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한다.'

저는 사람은 흑백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고 봐요. 나에게 좋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고, 나에게 진솔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아 진솔한 사람이야.’라고 정의 내리기란 참 어렵고, 모호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믿어요. 자신의 배역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연기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솔하다면 진솔한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어떤 사람이었어요? 배우가 될 거라고 예상했었나요?

'무대뽀' 소리를 듣는, 뛰어노는 것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까맣고 키 작은 내 모습을 너무 의식했던 것 같아요. 그 의식이 점점 자라 콤플렉스가 되고, 스트레스 앞에서 더 작아졌던 아이였죠. 누가 까맣다고 놀리면 싸우고, 겁은 많은데 자존심은 세서 지는 건 또 싫어하고…?

그래도 뭔가에 깊이 빠지면 정말 열심히 하는 건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공부가 재미있었던 시기에는 반에서 1등도 했었고, 킥복싱을 시작하고 킥복싱 아마추어 대회도 나가봤고, 게임에 빠졌을 때는 맨날 게임만 하기도 했고요. 영화를 사랑하고 나서는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된 것도 어찌보면 저에게는 당연한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부모님께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할 용기가 안나서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가, 고등학교 2 학년 때 동아리로 연극부에 들어가서부터 배우를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죠. 부모님도 처음에 많이 반대하시다가 결국 허락해주신 것 같아요. 어릴 적 무대뽀가 여전한거죠. (웃음)

 

 

 

 

배우에게도 적기가 있을까요? (있다면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10대에 자신에게 잘 맞는 배역을 만나는 사람이 있고, 20대, 30대, 40대…에 만나는 사람이 있는 것 처럼 나이와 경험에 따라 적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빛을 발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를 테 지만, 그게 연기의 매력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저는 배우로 나이가 든다면 주름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저의 적기는 언제가 될지 궁금해요.

 

 

 

 

(연기하지 않을 때) 평소에는 어떤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시나요?

요즘은 여자친구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기타 연습을 하거나 집에서 맥주와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예전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관심이 없어진 것이 있다면?

축구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관심이 없어지더라고요. 한창 게임할 때는 피시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할 정도 였는데, 지금은 가끔 한 두판 하는 정도니까 관심이 많이 없어졌죠.

 

 

 

 

인터뷰하는 지금 떠오르는 감정이 있다면?

'어렵다.' 나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참 잘 안되네요. 계속 검열하게 되더라고요. '잘 말하고 있나 이렇게 말해도 되나…' 하면서요.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어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말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배우에게 있어 오감 중 가장 뛰어나야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청각'이라고 생각해요. 배우에게 모든 감각이 다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연기는 리액션이다.' 라는 말처럼 상대방과 함께 연기하는 만큼 주위의 모든 것들을 듣고 반응하며 연기하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가 최모레 / 글 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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