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아

'순간을 사랑하는'

 

 

 

 

안녕하세요. 저는 24살 이주아입니다. 남들과 다른 걸음을 걸었던 사람이라고 인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안녕하세요. 배우님! 남들과 다른 걸음으로 걸어왔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남다르게 살아왔다는 게 엄청 다른 걸 했다는 뜻은 아니고요. 제가 말하는 남다름은 학창 시절에 관련된 거예요. 그 당시에 연기를 하고 있던 저에게 학원 강사였던 부모님이 초등학교 졸업 후에 검정고시 권유를 해주셨어요. 전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부모님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공부를 하게 됐고 14~15살에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패스를 했어요. 그때 대학교 연극 영화과 입시를 했고 만 14세 때 연극 영화과 진학을 해서 대학교 입학을 했죠. 그렇게 생활하다가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서 대학을 자퇴 하고 재수를 해서 현재 제가 졸업한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에 다시 들어가게 된 거죠. 제가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는 뜻은 친구들이 정규과정을 밟았던 거라면 저는 조금 자유로움? 어쩌면 어릴 때부터 책임이 수반될 수 있는?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남다른 길을 걸었다고 얘기를 했던 거 같아요.

 

 

남들과 다른 길인 만큼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스스로도 선택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혹시 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사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전 후회 안 해요.’라고 얘기하고 다녔던 거 같아요. 뭐랄까 불쌍함보다는 조금 다른 개념인데 위로하는 듯한 눈빛이 좀 힘들었어요. 제가 했던 선택들에 대해서 위로를 받는다는 게. 지금은 후회하죠. 친구들이랑 만나면 학창 시절 추억으로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근데 저는 교복 입고 다녀 본 적도 없고 밥 먹으려고 종 치면 달려 나가본 기억도 없고. 어쩌면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시간을 많이 얻어서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없는 시간도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후회한다고 인정하는 거 같아요. 제가 받아들이니까 후회한다고 인정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후회하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또 똑같은 선택을 할 거 같아요.

 

 

그만큼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다시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친구들 같은 경우는 대학 동기들이 많을 거 같은데 동갑 친구가 없어서 어린 나이에 힘들었을 거 같기도 해요.

저는 정말 친한 친구로 동갑 친구는 딱 세 명인 거 같아요. 초등학교 동네 친구 2명은 알게 된 지 14년 정도 됐어요. 서로 모든 걸 다 알고 침묵조차 어색하지 않아요. 마지막 한명은 대학교에 타과 친구인데 학교에서 공동작업을 하면서 친해졌어요.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최근에 사귄 친구지만 절대 가벼운 우정을 나눈 사이는 아니에요. 학교는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그때 연출을 네 개를 맡아서 했는데 잘 해내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주어진 상황을 볼 겨를이 없었던 거 같아요. 바쁘게 지내면서 동기들이랑 몸을 부딪히는 실기 위주로 하다 보니 어느새 눈 떠보니 친해져 있더라고요. 몸만 좀 힘들었어요.

 

 

 

 

대학 생활이 생각보다 힘들죠. 그렇다면 애초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제가 8살 때 정말 우연히 시작하게 됐는데 5월 5일 어린이날 엄마랑 손잡고 올림픽공원을 갔어요. 그때 무대에 올라가서 춤을 추는 게 있었는데 엄마가 올라가서 한번 춰보라는 거예요. 원래 낯을 가려서 큰아빠한테만 가도 울던 애였는데 이상하게 그땐 춤을 추고 거기서 주는 CD를 받은 거죠. 부끄러워하면서 가는데 어떤 분이 카메라 테스트를 받아보지 않겠냐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니까 엄마가 그런 걸 없애주고 싶으셨는지 한번 해봐라 하신 거예요. 처음에는 자기소개만 해도 무서워서 떨려 가지고 못하다가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 테스트를 받게 되고 그 영상으로 CF에 캐스팅됐고 CF부터 드라마, 영화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왔던 거 같아요. 정말 우연한 기회가 찾아온 거였죠.

 

 

우연한 기회로 만난 연기와 쭉 연을 이어오셨군요! 연기를 한 지 오래된 만큼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딱 한 번 있었어요. 19살 때였던 거 같아요. 그때 좀 많이 힘들었던 건 연기를 왜 해야 하지 하는 의문이 아니라 남들의 평가에 굉장히 힘들어했던 거 같아요. 저는 같이 환경을 이루는 사람들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예쁠 나이잖아요. 친구들이랑 놀고 한창 밝을 나이인데 주변에서 저한테 “뭔가 아니야, 넌 이쁜 게 아니야, 못생겼어, 연기 못 해, 연습 더해”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자존감에 문제가 생겼어요. 자칫 잘못하면 온기를 잃고 차가운 사람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한 거죠. 모든 사람들한테 감정을 열지 않고 마음도 열지 않고 선을 긋는 그런 사람이 될 거 같아서 그때 연기를 포기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근데 소속사를 나오면서 천천히 극복해나갔죠.

 

 

주변 사람들 때문에 어린 나이에 많이 힘들었겠어요. 그런 내적인 상처를 치유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는 힘든 일이 있거나 자존감이 떨어지면 일단 사람들이랑 많은 교류를 하지 않아요. 책도 글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저한테 그때 당시에 필요했던 건 위로였거든요. 따듯한 위로의 말 한마디. 그런 게 흔히 베스트셀러 에세이에 많이 들어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많이 읽으면서 혼자 방에서 괜찮다고 속삭이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어느 정도 위로가 됐다 싶으면 그때부터 천천히 인간관계를 하나하나씩 다시 맺기 시작했죠. 14년 된 친구한테조차 나 힘들다고 말은 못 하고 “나한테 잠깐만 시간을 줄래?”라고 연락을 해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어요. 스스로 괜찮아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연락하면서 다시 사람을 마주하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그때 제가 항상 우울했었는데 처음으로 웃기 시작하는 거예요. 나 이제 점점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됐고 복학하고 학교생활을 하면서 저를 찾았던 거 같아요. 연기를 하는 이주아가 아니라 20살의 이주아를 찾아 나갔던 거죠.

 

 

 

 

힘든 일을 겪으면서 연기에 대한 의미가 더 커졌을 거 같아요. 배우님한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한테는 애증인 거 같아요. 연기가 너무 재밌고 좋아서 계속해서 해나가게 된 건데 어쨌든 이 연기라는 게 제 직업이 된 거잖아요. 그래서 정말 1차원적으로만 즐길 수가 없게 된 거예요. 생각해야 하고 계속 고민하게 되고 그러면서 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 거죠. 하면 할수록 어려운데 재밌어요. 수학 문제 푸는 거 말고 스도쿠 게임 있잖아요. 그걸 푸는 느낌이에요. 맞추면 희열을 느끼고. 연기도 어려운데 배우마다 각자 연기를 대하는 자세들이 다를 테지만 제가 그런 가치관들을 세워나가는 거에 희열을 느껴요. 반면에 어려운 부분에서는 ‘이거 해야 해?’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놓을 수 없는 게 연기인 거 같아요.

 

 

연기를 이어가면서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발성, 발음, 감정에 신경 쓰기보다는 흐름이나 상황에 집중하는 거 같아요. 왜냐면 동료 배우들이랑 얘기를 나눌 때 제일 처음으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지”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근데 감정을 표현하는 건 정말 딱 연기라고 생각하고요. 대본에 쭉 흘러나가는 흐름이랑 그 안에서 저한테 주어진 상황을 잘 알아야 내가 그 인물이 될 수 있고 집중을 해야 그다음에 감정이 나온다고 생각을 해요. 뭐든 다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제가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대본의 흐름을 파악하고 상황에 일단 집중을 하는 거죠. 감정은 그 외의 것인 거 같아요.

 

 

 

 

그럼 연기하면서 좋았던 역할이나 작품이 있을까요?

제 첫 조연 데뷔작인 웹드라마 ‘아이엠’에서 ‘남태희’라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동안 제가 악의 축에 서서 누군가를 괴롭히고 해를 가하는 역할을 맡았다가 처음으로 밝고 긍정적이고 재밌는 아이를 만난 거예요. 그걸 했었을 때 정말 촬영장에서 너무 신나게 뛰어다녔던 거 같아요. 감독님이랑도 얘기 많이 하고 특히 감독님께서 장을 많이 열어주셨어요. 애드리브 하고 싶으면 상의해서 하고 지지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또래랑 연기를 하는 게 오랜만이었고 저에겐 학창 시절이 없었으니까 교복을 입고 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작품 경우는 ‘응답하라 1944’였던 거 같아요. ‘김훈 팬’ 역할이었는데 그때는 제가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오디션 당시에 감독님이 저를 한번도 보지 않으시고 “한번 편하게 읽어봐요.” 라고 얘기를 하셔서 읽었는데 “음 알겠어요. 고생했어요.”라고만 하셨거든요. 근데 붙었다고 전화가 온 거예요. 너무 신기했어요.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너무 따듯했어요. 큰삼촌을 만난, 두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두 작품 다 너무 즐겁게 촬영한 거 같아서 보기 좋아요. 그렇다면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리틀 포레스트’요. 임순례 감독님 특유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어요. 임순례 감독님과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던 게 거기 출연하는 배우님들을 보면 다 빠르지가 않아요. 느리고 굉장히 평화로운데 내적으로 강한 힘을 지녔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그 시너지가 나올 수가 있었던 건 배우님들의 에너지도 있지만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저도 느려도 힘있게 관객분들이 작품 안으로 스며들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리틀 포레스트’ 영화가 따듯하면서 즐겁죠. 그 영화를 보면 정말 떠나고 싶어요. 배우님은 연기를 떠나 즐거웠던 순간이 있나요?

즐거웠던 순간은 처음으로 저를 지지해 주는 팀이 생겼다는 거에 가장 즐거웠어요. 아역 시절 때는 부모님께서 촬영장에 같이 가주셨지만 늘 같이 다니기엔 버거운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소속사를 찾게 됐고 첫 소속사를 들어가게 되면서 제가 의지하고 함께 다닐 수 있는 팀이 꾸려졌던 거죠. 대표님부터 시작해서 이사님, 실장님, 팀장님, 매니저 오빠까지. 그 팀이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즐거웠어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촬영장에 나갔을 때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아” 이 한마디가 굉장히 위로가 됐고 그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항상 웃으면서 일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동안 소속사를 여러번 이적했지만 첫 소속사에 있었을 때 그 사람들과 있었을 때 가장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 팀에 속해 있었을 때 정말 따듯했거든요.

 

 

따듯한 온기가 가득한 추억이네요. 계속 같이 하고 싶지 않았어요? 헤어질 때 많이 아쉬웠을 거 같아요.

사실 그 회사에 있고 싶었지만 대표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 팀이 다 흩어지게 됐어요. 그러면서 이사님께서 소속된 배우들을 다 데리고 다른 회사로 함께 이동해주셨어요. 그렇게 이사님이랑 함께 다니다가 이사님도 힘드신 일이 있으시고 저도 이사님과 작별을 해야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혼자 연기 활동을 하게 됐죠. 진짜 다시 돌아가고 싶네요. 지금은 에이전트만 계약해 둔 상태예요. 아역 때부터 일을 봐주시던 대표님이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기회를 주셔서 “하고 싶습니다. 저는 큰 역할이 아니어도 상관없고요. 촬영장에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했는데 받아들여 주셨어요.

 

 

배우님 주변에는 항상 좋은 분들로 가득 차있는 거 같아요. 배우님을 믿고 지지해 주는 그런 사람들. 그렇다면 배우님은 어떤 배우가 돼서 보여주고 싶으세요?

저는 적어도 제가 맡은 역할을 이해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악역을 맡았을 때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 나쁜 것!” 하면서 등짝을 때리고 싶어 할 정도잖아요. 적어도 제가 맡은 인물이 나쁜 인물 이더라도 제가 연기하는 그 인물의 편에 서야 되는 거죠. 분명 사정이 있었을 텐데, 이렇게 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제가 맡은 인물을 보듬을 줄 알고 이해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쨌든 서로의 이해관계가 있어야 연기를 할 수 있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거짓말이 되는 거니까. 저는 인물을 충분히 이해해 주고 편이 돼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대되는데요? 안 그래도 올해 개봉 예정인 작품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작품인가요?

‘미애언니라고 불러줘’라는 영화이고요. 개봉 예정인데 밀릴지 안 밀릴지는 모르겠어요. ‘미애언니라고 불러줘’는 다른 영화들과는 좀 다른 색깔을 지녔어요. 예를 들면 저희는 흔히 남녀 간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부르잖아요. 세상에는 다른 형태의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나타나요. 동성애에 관한 것들이 담겨있고 제가 극 중 ‘수님’이라는 역할을 맡았고 ‘미애 언니’가 저를 예쁜 여자애, 내 아들의 친구인 여자애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여자 대 여자로서 묘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에요. 과연 어디까지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낯선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닌 조금 더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다른 사람도 우리와 가까이 있을 수 있고 혹은 그 가까움에서 낯선 것이 아닌 익숙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님이는 굉장히 눈처럼 맑고 깨끗한 아이지만 상황적으로 아픔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받을 수도 있을 거 같고요. 그러면서 사람들 안에 숨겨져 있던 동질감을 끌어낼 수도 있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건 영화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기대되시죠?

 

 

 

 

너무 보고 싶은데요. 얼른 개봉하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느끼고 생각해줬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낯섦에 대한 편견, 시선 그런 것들에 대해서 한 번쯤 더 생각해봤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저희는 흔히 하나를 생각하면 이거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아 그래 그럴 수도 있다’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흘리거나 넘겼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어요.

 

 

대본 처음 받았을 때는 어땠어요?

사실 좀 놀랐어요. 저도 사랑에 대한 개념은 남녀관계만 있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 당시에 제가 열아홉 살이었는데 그걸 찍으면서 성인이 됐어요. 낯설고 좀 부담스러웠어요. 근데 언제 또 이런 걸 해보겠어 라는 생각이 들어서 용감하게 도전은 했지만 “어 이거 뭐지” 하고 한발 뒤로 물러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천천히 다시 한번 대본을 보니까 “그럼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죠. 제가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걸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라는 질문에 “다시 한번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을 했던 것처럼 저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수님이는 동성에 관한 개념에 대해서 모르는 인물이지만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이걸 순수하게 담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 감독님이 저 마음에 안 든다고 하셨는데 그때 아무것도 모르니까 저 할 수 있다고 믿어달라고 얘기했어요. 순수한 열정이었죠. 지금에 와서 그 말을 듣는다면 저 할 수 있다고 말을 못 할 거 같아요. 상처받았을 거 같아서. 하지만 그때 얘기한 건 잘한 거 같아요.

 

 

 

 

그때 용기가 있었기에 좋은 작품을 만난 거 같아요. 극중 ‘수님’과 배우 이주아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같다고 생각한 부분은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점. 그때 열아홉 살 당시에 인간관계에 대해서 순수하게 믿던 수님이와 제가 같다고 느껴졌어요. 그리고 사랑을 대하는 수님이의 자세 또한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그런 게 비슷하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저라면 현실적인 수님이었다면 극 중 ‘미애언니’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저는 관계의 순수성을 믿지만 의심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사랑에는 다양성이 있다. ‘미애언니’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를 조금은 더 느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영화로 인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음 작품에는 어떤 배역을 맡고 싶으세요?

옳고 그름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배역을 맡고 싶어요. 드라마 ‘미생’ 작품을 보면 그 회사 안에서 여자들이 부당하게 당하는 혹은 여자가 아니어도 신입사원으로 부당하게 당해도 우리는 현실에서 얘기하지 못하잖아요. “이건 잘못됐어요.” “이게 옳은 거예요.”라고 요즘은 드라마에서 그걸 해소해 줄 수 있는 캐릭터가 나타나는 거 같아요. ‘미스 함무라비’ 드라마를 보면 고아라 배우님이 정말 당당하게 할 말을 다 하고 이래도 되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것처럼 시원하게 사이다처럼 던져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이건 옳아요.” “이건 잘못된 거 같아요.”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그런 배역을 맡고 싶어요.

 

 

조만간 좋은 배역들이 배우님한테 오지 않을까 싶어요. 배역에 있어서 더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네. 근데 눈에 보이지 않는 거 같아요. 표현하려고 하는 건 오디션 대본이나 촬영 대본을 받으면 그 대본 대로 하기 바쁘잖아요. 대본에도 분명 주어진 힌트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물에 있어서 주어진 힌트들, 인물이 치는 대사나 지문에라도 성격이 나오고 왜 그렇게 나올까 생각을 하는 거죠. 그 인물을 하나씩 그려나가요. 단순화된 표면적인 인물이 아니라 왜 이런 말을 하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어디서 비롯된 거지 저는 궁금해요. 제가 그 사람으로서 산 게 아니니까. 그런 걸 하나하나 그려가다 보면 마인드맵 처럼 어느 순간 한 인물이 구축이 되더라고요. 그 과정을 거치고 연기를 하면 연기가 더 잘 되는 거 같아서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저는 보이지 않는 걸 표현하려고 하는 편인 거 같아요. 눈빛, 감정보다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표현하고 말하는 거지라는 궁극적인 본질부터 시작하는 거죠.

 

 

 

 

궁극적인 본질부터라 좋은 시작인 거 같아요. 그렇다면 배우님의 배우로서의 목표는?

최종적인 목표는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 저한테 배우로서 있는 목표는 앞서 말한 첫 소속사 대표님과 연관이 되어있는 거예요. 제가 또 다른 역할을 맡고 어떤 한 작품에 캐스팅이 돼서 캐스팅이 된 대본을 가지고 대표님을 뵈러 가는 거요. 새로운 대본을 받게 되면 꼭 찾아가리라 다짐을 했었는데 참 이상하게도 좋은 기회로 작품을 들어가게 됐지만 그 당시에는 찾아뵐 수가 없었어요. 준비도 안 됐었고. 그래서 어떤 한 작품의 대본을 들고 당당히 대표님께 가서 인사드리고 싶은 게 제 배우로서의 목표예요.

 

 

좌우명으로 ‘시작과 끝이 있다면 그 사이의 과정과 순간을 사랑하자.’라고 적으셨어요. 이런 좌우명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영화 ‘미애언니라고 불러줘’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거 같아요. 이 작품을 할 당시에는 결과에만 치중했어요. 그래서 과정을 놓쳤던 거 같아요. 그 순간과 과정이 얼마나 값진 거였는지. 그리고 학교에 다닐 당시에도 수업이 지루하다고 느꼈고 학교에 와서 뭐해야 되는 거지 결과적으로 빨리 졸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학교생활이 얼마나 소중했고 좋은 시간이었는지 놓치고 나서 졸업장을 받으니까 그 과정들과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이걸 놓쳤구나 왜 이 당시를 즐기지 못했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 좌우명이지만 전 아직도 결과에 집착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더 지금 놓인 상황, 순간, 과정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저란 사람이 결과가 중요한 사람이다 보니까 놓치고 가는 것들을 다시 잡자는 생각 때문에 좌우명을 그렇게 잡았던 거고 과정을 사랑하는 건 지금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지금 어떤 순간을 사랑하고 있나요?

제가 학원 강사로 중고등학생들에게 카메라 연기를 가르치고 있어요. 첫걸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처음 연기하는 아이들한테 이게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처음엔 무서웠어요. 하지만 제가 이 과정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연기에 대해서 혼동을 느끼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됐고 내 역할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 아이들한테 뭘 가르쳐줘야 하지 내가 뭘 알고 있지 혹시 모르는 거에 대해서 너무 쉽게 설명하지 않았나 하고 혼자 되묻기도 하고요. 이 과정 자체가 즐겁고 재밌어요. 그래서 요즘 유일하게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과정을 사랑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예요.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하고 계시네요. 배우가 아닌 선생님이란 직업을 하면서 어떤 거 같아요?

물음표와의 싸움인 거 같아요. 맞나 틀린가, 어떤 게 옳지, 뭐가 더 나은 방향이지? 계속 머릿속에 물음 표가 떠다니고 그걸 마침표로 찍는 과정인 거 같아요. 질문, 궁금증이 이렇게 답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질문이 답이 되는 과정이 어렵고 아직은 모르겠지만 찾아내면 희열을 느끼는 직업인 거 같아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라 책임감이 무척 클 거 같아요.

맞아요. 무엇보다 책임감이 가장 커요 배우보다. 그래서 교육을 하는 누군가는 “네가 아직 어린데 아이들 을 가르칠 수 있어?”라고 말씀을 하시고 어떤 분들은 “적어도 네가 아는 것들을 나눠준다면 좋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아”라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한테 가장 큰 책임감은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고 아는 건 정확하게 알려줘야 된다는 거예요. 모르는 걸 함부로 알려줬다가 아이들이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어서 저한테는 그 책임감이 현실적으로 제일 커요. 그리고 전 항상 리더 자리에 있었던 거 같아요. 지금도 연기 스터디를 꾸릴 예정이거든요.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 거다 보니 그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이 스터디가 잘 흘러갈 수 있을까,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라는 책임감도 요즘 느끼고 있어요.

 

 

다른 매력들을 가진 친구들과 한다고 하니 굉장히 다채로운 스터디가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배우님의 매력은 뭐예요?

털털한 거요. 오디션에 가면 첫사랑, 예쁘다의 개념이 아니라 털털한 매력을 가진. 이게 좀 주가 됐던 거 같아요. 맡았던 역할들도 거의 다 그랬고. 그래서 오히려 더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거 같아요. 너무 여성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막 왈가닥스럽지도 않고. 그 두 개가 같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더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매력?

 

 

어쩐지 인터뷰하면서 너무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배우님 매력에 퐁당 빠진 건가 큰일이에요. 마지막으로 배우님한테 힘들었던 순간에 필요했던 따듯한 말 한마디처럼 누군가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를 전달한다면?

굳이 위로하지 않아도 괜찮고 뒷걸음질 쳐도 괜찮아요. 무너져도 괜찮고. 다 괜찮으니까 세상 누구도 나를 돌봐주지 않아도 적어도 나만큼은 자기 자신을 돌봐주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진가 유민우 / 글 오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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